우석이의 부탁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 보니 곁에 있던 우석이가 불쑥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뭔가 싶어 받아드니 초록색 형광펜으로 글자를 잔뜩 적어 놓았다. 한참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라 뒤죽박죽 소리 나는 대로 글자를 썼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내 그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빠 화내지 마세요. 내가 잘못해도 혼내지 마세요.”

순간 부끄러워서 우석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랬다. 이번 주 들어 둘째 윤석이가 입원을 하고 아내가 병시중을 들러 가면서, 자연히 집에는 우석이와 나만 남게 됐다. 병원에 들락거리면서 우석이 돌보는 데 소홀하기도 했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쉽게 우석이에게 화를 냈다. 엄마와 동생이 없어도 별 불평 없이 잘 따라 주는 우석이였는데, 조그만 일에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 보다.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바라봐야 하건만, 마음과 달리 행동은 그러지 못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만든다’라고 했던가? 말 그대로 어쩌면 내가 우석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우석이가 내 삶을 돌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로 인해 세상을 사는 방법을 또 하나 배운다.

우석이의 부탁”에 대한 6개의 생각

  1. 재현아빠

    아..맘이 짠… 하셨겠군요. 저도 저런 비슷한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갑니다. 아이를 혼 낼지언정 화를 내진 말아야지 하고 반성한적이 있었습니다. 우석이가 한편으론 맘 아프면서 또 한편으론 너무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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