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감춰진 현실

‘안녕, 준’ 님의 “한국영화, 모두 망해버려도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블로깅을 읽고 몇 자 적어 봅니다.

몇 년 전에 충무로에서 사진일 때문에 우연히 다시 만난 동창이 있었습니다. 영화 조명 스태프였죠. 당시 영화 ‘쉬리’가 대박을 터뜨리고 조금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충무로에 활기가 돌 즈음이었죠. 그때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회한을 삼키던 그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봐, 영화판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번 돈이 모두 얼만 줄 아나? 520만 원이야. 모두 520만 원. 사실 그것도 난 좀 많이 받은 편이야.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도 못 건지는 애들이 태반이지. 이런 착취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10년이 지나도 한국 영화의 발전은 없어!”

10년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관객 1천만 시대에 돌입했고요. 하지만 제2의 전성기라는 한국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제작자와 감독, 일부 주연급 배우 등 소수 몇몇에게만 비칠 뿐, 스크린 뒤에 감춰진 현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착취 시스템은 별다른 개선이 없어 보입니다. 이현승 감독이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한 모습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 큰 효과를 보진 못한 것 같군요.

조명 일을 하던 동창이 아직도 조명일을 계속 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근래 본 한국 영화의 크레딧 자막에 그의 이름이 보이지 않은 것 같다는 걸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때 이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전직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영화에 대한 애정과 헌신만으로 삶의 현실을 극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것도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스태프의 길이라면 말입니다. 한국 영화의 그늘에서 묵묵히 노력하시는 그분들에게 보다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분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관심과 격려가 아니라 대가일 겁니다. 자신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 말입니다.

전차남(電車男) 2005

요즘 즐겨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 전차남(電車男).
연애에는 젬병인 전형적인 오타쿠가 우연히 전철에서 취객으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있는 미녀 OL를 구하게 된 후 진행되는 왁자지껄 러브 스토리. 매회 코믹한 구성과 2CH(일본판 디시인사이드랄까?) 채팅을 통해 일본 전역의 독신남(네티즌)들에게 데이트 코치를 받는 설정 등이 이색적이면서도 재미를 더한다. 매주 자막 번역을 제공해 주시는 모리시타님께 감사를~

우주전쟁, 2005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딱 그 말이 맞다. SF 애호가로서 1953년도 판 ‘우주전쟁’에 비해 얼마나 더 달라졌을까? 라는 벅찬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스필버그옹의 잔인한 센스! 이제 그의 햏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인가? ‘쥐라기 공원’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스필버그표 블록 버스터의 기대 심리를 좀체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A.I’가 그랬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김이 빠졌다. 오히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나 ‘터미널’같은 소품성(?) 영화들이 더 완성도가 있다는 느낌.

아! 그래 … 이제 스필버그옹은 가족애(愛) 전문 감독이라고 불러야 하나. A.I에서 거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가까울 정도로 모성(母性)에 집착하더니만, 2005년 스필버그판 ‘우주전쟁’에서는 거의 톰 크루즈의 부권(父權) 거듭나기 장렬한 한 판을 보여주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의 공포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긍정적인 평도 있더라만 … 글쎄. 어쩌면 53년도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1898년에 쓰여진 H. G. 웰즈의 원작 소설을 충실히 따랐다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강평: 별로 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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