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일상상념

삼겹살 구워먹은 날

아이들을 기르면서 외식 한 번 하려면 큰 결심과 인내가 필요하다(왜 그런지는 결혼해서 애 낳아보시길 ^^). 웬만하면 집에서 해결하거나 부모님댁이라도 들러 온 식구들이 다 같이 가는 외식이 아니면 철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이 고작이다. 모처럼 나선다 하더라도 이것저것 제약이 많다. 놀이방이 있는 음식점이면 좋지만 어디 모든 음식점이 다 그러한가. 사내아이 둘을 보면서 음식을 먹노라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 주인 눈치에, 주변 손님들 눈치에 … 차라리 집에서 해먹고 말지.

그래서 몇 번이나 삼겹살을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었다. 그러나 냄새도 그렇거니와 불판 탓인지 고기 탓인지, 고깃집에서 사먹는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제대로 된 삼겹살 한 번 먹고 싶다는 아내의 바램에 ‘까짓 거 그래 가보자!’하며 대놓고 나섰다. 큰아이인 우석이는 내 무릎에 앉히고 둘째 윤석이는 업고 그렇게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나야 가끔 밖에서 술안주 삼아 먹지만, 아내는 이렇게 나와서 제대로 된 삼겹살을 구워 먹은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누릿한 고기 몇 점을 아내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깟 삼겹살 몇 덩이가 그렇게 비싼 것도,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 그렇게 맛있게 먹는 아내를 보며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졌다.
고작 삼겹살 덩어리가 날 이렇게 울리는구나 ..

술을 마시는 이유

언제부턴가 술이 늘었다. 당면한 과제도 그렇거니와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생각, 그리고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도피하기 위해, 흑은 특정한 기억을 잊거나 잊지 않기 위해 등등 술을 마시는 이유도 마시는 횟수만큼이나 늘었다. 그래서 그렇게 술을 마시나 보다. 나도 어른이 되고 보니 술을 마시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을 …

p.s> 사진은 … 데운 정종(물컵이 아니다 ^^)과 김 구이

카메라는 점점 복잡해 집니다. 어쩔 수 없지만 …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차가 많이 더러워졌습니다. 무료 쿠폰도 있겠다 세차나 할 겸해서 근처 주유소로 향했습니다. 자동 세차 터널에 차가 들어선 순간 ‘어! 이 장면 찍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른 뒷좌석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겨누어 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차가 자동 세차 터널을 지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아 초점과 노출은 카메라에 맡기고 구도만 대충 맞춘 후 셔터를 눌렀죠.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직후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그러나 …

초점과 노출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연합니다. 자동 세차기 터널 안의 노출 상황은 카메라의 분할 측광 알고리즘이 감당하기에는 그리 만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초점 역시 차창 유리에 맞춰야 할지 차창 밖 풍경에 맞춰야할지 카메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럼 그렇지 …’라는 말 한 마디를 내뱉고는 재빨리 카메라의 세팅을 바꾸었습니다. 노출은 프로그램 모드에서 매뉴얼 모드로, 측광은 분할 측광 모드에서 중앙중점 측광 모드로, 초점은 창유리에 맞추되 조리개를 조금 조여서 배경이 너무 날아가지 않게 했습니다. ISO 감도를 높여도 셔터 속도가 낮았으므로 의자에 깊숙이 눌러앉아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자세를 잡고는 셔터를 눌렀습니다. 셔터 속도를 바꾸어 가면서 몇 단계 브라케팅을 하고 나니 어느새 차는 세차 터널을 지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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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죽었어

낙엽길을 걷다가 떨어지는 낙엽을 본 우석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아~ 나무가 죽었어. 어떻해? 훌쩍 …”
“…………”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럴땐 어떻게 대답해줘야할까? 때때로 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떨어진 낙엽을 보고서도 이제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