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운 사진 좀 찍으란 말이닷!

오늘은 쓴 소리 좀 할까한다.
최근에 카메라와 렌즈를 새로 장만하면서 몇몇 인터넷 사진 동호회(정확히 말하자면 장비 동호회에 가깝다)에 며칠동안 기웃거리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 문화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라는 것이다. 아니 …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가미되면서 더 극성스러워졌다고나 할까?

장비병, 업글병 … 다 좋다. 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중독 증세에 있어서는 내가 원조니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투자와 만족감 충족 차원이라고 해두자. 문제는 사진 동호회에서 내세울 건 사진밖에 없다. 사진 보여주려고 동호회하는게 아닌가?

헌데 겔러리 게시판에 가보면 … 솔직히 태반의 사진 동호회가 가관이다. 이제 우려먹을 때까지 우려먹어서 신물이 넘어오는 꽃사진이 절반, 나머지 바로 레이싱 걸이라 불리는 몸짱 아가씨들 사진이 절반이다. 젠장~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계에는 생태 사진가와 프로필 사진가밖에 없냐? 르포나 다큐 같은 당최 사진다운 사진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없다. 가뭄에 콩나듯 개인 홈페이지에나 걸릴 뿐. 뭐 대단한 사진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면 스포츠, 일상이면 일상, 아마추어답게 시류에 휩쓸리지 않은 좀 진득한 사진(전문성이 가미되면 더 좋고)을 기대하는 내가 어리석은 건가?

요점이 뭐냐? 결론적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예전엔 누드 모델, 지금은 레이싱 걸. 차이점은 전라에서 반라로 바뀌었다는 것. 대단하지 않은가? 머리털 나고 사진을 처음 접했던 87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계가 바뀐 게 겨우 한두 겹의 옷차림새에 불과하니 말이다.

혹자는 그러더라. 레이싱 걸은 모델들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캠패니언 걸이라고 불러야 맞다고. 젠장~ 말장난 하냐? 캠패니언 걸이면 어떻게 레이싱 걸이면 어떤가? 사진사를 사진가라고 부르고 간호원을 간호사라고 부른들 그 대상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뷰 파인더 너머로 짓는 야릇한(?) 눈웃음이 있는 한 레이싱이든 캠패니언이든 달라질건 없다.

하긴 ‘대한민국 누드사진의 대가’라는 정운봉 선생(아직도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이시란다. 망할 사협~)이 팔십의 노구를 이끌고 아직도 누드 출사 대회에 참석하시니 … 이 정도면 그 투철한 작가 정신에 감탄사가 절로 나와야 되지 않을까?

각설하고 … 좀 오래됐지만 웨인 왕 감독의 < 스모크>라는 영화가 있다. 극중에서 주인공인 오기는 담뱃가게 주인이자 아마추어 사진가로 나온다. 대학교 때 비디오 가게에서 본 스모크는 … 특히 오기의 사진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모두 똑같은 사진이잖아?”

브룩클린의 7번 가와 3번 가 모퉁이에 위치한 담뱃가게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오기는 가게 길 건너의 같은 장소에서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 4000일 동안 사진을 찍었다. 그의 담뱃가게를 찾곤 하는 소설가 폴이 이 사진들을 대충대충 넘겨보자 오기가 말한다.

“천천히 봐야 이해할 수 있네, 천천히”

오기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4000장의 사진에 나타난 풍경은 언뜻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계절과 햇빛의 각도, 흐린 날과 비 오는 날, 맑은 날, 카메라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지닌 가치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하찮은 사진이 4000장이 모이면 지난 10여 년 간의 브룩클린 거리의 역사가 베어 나온다. 사료적 가치는 둘째치고 이런 사진을 프로가 할 수 있을까?

오기처럼 미련하게 사진을 찍으란 얘기가 아니다. 아마추어에게는 아마추어의 몫이 있다는 말이다. 말도 안 되는 프로 흉내나 낸다고 모델 좀 예쁘게 찍는다고 당신네 사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줄 안다면 그게 심각한 착각이란 말이다.

“조또~ 그러는 넌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는데 그러냐?” 라고 묻는다면 미안하게도 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비록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은 접었지만 사진을 한지 10년이 넘으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적어도 아마추어 사진이 할 수 있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구분하는 눈이 생겼다고.” 그리고 한가지 더 덧붙일 것이다.

“난 향후 30년 동안의 장기 계획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특정한 날,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빠짐없이 조금씩 사진을 찍고 있다. 스모크의 오기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내 나름대로의 소사(小史)를 충실하게 기록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적어도 반라의 처자들이 내뿜는 요염함을 담는데 내 사력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 있고 아마추어다운 일이 것이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