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도동 렌터카 운행기

지난 겨울 ‘일본 오키나와 OTS 렌터카 운행기‘에 이어 이번에는 렌터카로 홋카이도를 거의 한바퀴 돌았다. 삿포로에서 일본 최북단인 왓카나이, 최동단인 시레토코 반도를 거쳐 홋카이도 해안선을 따라 도는 여행. 이 코스를 일본 여행자들은 주로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는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나처럼 차를 빌려서 도는 여행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운행기 올려본다. 별도로 사진 중심의 여행기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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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행개요

– 렌트 업체 : 혼다 렌타리스 홋카이도
– 차종 : 혼다 N-WGN (660cc급 경차, 일본어 내비 Only)
– 대여비 : 18,600엔 (4박5일+면책보험+NOC 포함)
– 운행지 : 삿포로 – 루모이 – 왓카나이 – 소야곶 – 몬베쓰 – 아바시리 – 우토로 – 시레토코 고개 – 라우스 – 노츠케반도 – 마슈호 – 굿샤로호 – 아칸호 – 오비히로 – 토마무 – 신치토세 공항
– 주행거리 : 약 1,300km(연비 약 21km/l)
– 주유비 : 휘발유 7,500엔

2. 예약 및 출차

– 예약은 타비라이 홋카이도 렌터카 홈페이지(car.hokkaidotour.net)를 통해 직접 했다. 일본어 웹사이트지만, 크롬 웹브라우저의 번역 기능을 쓰면 예약에는 별 무리가 없더라. 도착하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바로 출차할 수도 있지만, 첫날은 저녁 도착인데다 열차로 삿포로 시내까지 손쉽게 이동 가능하기에, 익일 아침 삿포로역 인근 영업소에서 출차를 했다.


– 차량을 대여한 혼다 렌타리스 홋카이도는 지역 렌터카 업체인지라 규모는 크지 않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직원도 없었다. (예약 메일에 일본어 응대만 가능하다고 밝혀놓기는 했지만)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어린 여직원이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더라. 그래도 차 빌리는 과정이야 대동소이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옵션은 NOC만 선택했다.

– 차종과 상품, 일정 예약을 해놓고 현지 영업소에 가서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주의할 점이 현지 결제 시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 보안상 현금은 받지 않는다고. 결제 후 뒷편 주차장으로 가서 차량을 배정받았다. 외관 상태 확인하고 내비게이션 작동법을 알려주고 바로 키를 건네 준다.

3. 차량

– 한 달 전에 기간 한정 이벤트로 예약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빌렸다. 토요타 등 대형업체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차는 혼다의 660cc 짜리 박스형 경차 N-WGN이다. 장거리 운행에 경차가 유리할 건 없지만 일본 경차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택했다. 일본 경차니 만큼 차는 작다. 쉐보레 스파크 보다 폭은 좁고 지상고가 살짝 더 높다. 기아 레이를 축소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 풀옵션 차라 자동변속기에 내비게이션, 오토에어컨, 풋사이드브레이크, 스마트키 등등 있을 건 다 있더라. 심지어 소형 렌터카에선 보기 드문 후방 카메라까지 있다. 관리 상태는 꽤 좋은데 적산계를 보니 50,000km 뛴 차량. 저렴한 이유를 알겠다. (대형업체들은 보통 출고된지 30,000km 이내의 신차 위주로 운영한다) 연비는 리터당 30km 넘는다 던데 일본 특유의 뻥연비라 실제론 20km 대 예상이다. (실제로 약 21km 정도 나오더라).

– 내비게이션이 지난 겨울 오키나와에서 빌렸던 토요타 코롤라 악시오보다 훨씬 상위 제품이다. 일본어지만 직관적인 UI 덕분에 조작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차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해 준다. 덕분에 구글맵 쓸 일이 거의 없었다.

– 660cc 짜리 심장을 가진 경차니 만큼 주행성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시속 80km 이상부터는 가속이 더디다. 그래도 총 1,300km를 달리는 내내 초원 평지와 완만한 구릉지대, 해안도로 중심으로 달렸더니 성능 때문에 답답한 경우는 없었다. 아칸 횡단도로의 산악지대를 지날 때, 미시령을 능가하는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도 생각보다 굼뜨진 않았다. 기본기는 탄탄하더라. 역시 차 만드는 실력은 아직 일본이 한 수 위다.

– 그래도 타고 내릴 때 종잇장처럼 얇은 문짝을 보면 ‘운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 호기심과 경제성 때문에 경차를 선택했지만, 홋카이도 도동 여행처럼 장거리 운행에는 역시 중대형 차가 편하다. 뭐 가다보면 모터싸이클과 자전거 여행족을 많이 보게 되는데 마침 10호 태풍이 지나던 상황이라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지붕달린 차를 모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면 축복이었지만 … ㅎㅎ

4. 주행

– 일본의 도로 주행이야 한국과 반대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지난 겨울 오키나와 경험이 있어선지 금새 적응했다. 그래도 딱 한 번 깜박이 대신 와이퍼를 돌렸네. ㅋㅋㅋ

– 운전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이 가끔 있는데, 한국에서 초보딱지 뗀 정도만 돼도 한국과 비교 불가다. 삿포로 등 시내 도심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나 도시 외곽으로 5분 만 나가도 차가 별로 없다. 차가 적으니 교통 체증 이런 것도 없고 하루종일 운전하면서 돌아다녀도 육체적인 피로 외에 다른 스트레스는 없었다.

– 다만 도심 교차로에서 주의해야 하는데 동승한 아들 녀석에게 “좌회전은 짧게, 우회전은 길게”라고 외쳐달라고 시켰다. 같이 같이 외치면서 교차로를 돌면 헷갈릴 일 없다. 오키나와에선 겁나서 못해봤던 U턴도 자주 해봤다. 도동 지방엔 사람도 집도 차도 별로 없어서 본인만 한눈 팔지 않으면 사고 걱정은 거의 없다. 어쩔 땐 한 시간 내내 지평선만 보이는 목장길을 달리는데 스치는 차량 한 대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

– 셋째날 아바시리로 향하는 국도길 의슥한 곳에 숨어서 과속 단속하는 경찰차를 목격했다. 암행 단속하는 경찰차다. 시속 50km인 국도에서 65km 정도로 달렸는데 내 차를 추월해서 80km 정도로 달린 SUV를 잡더라. 나름 식겁했다. ㅋㅋㅋ

– 홋카이도 고속도로도 오비히로에서 신치토세 공항까지 약 200km 구간을 달려봤다. 일본의 고속도로가 의례 그렇듯 왕복 2차선이 기본에, 가끔 추월차선이 있는 4차선 구간이 나타나는 정도. 제한속도는 시속 70~80km 지만 아무도 지키지는 않더라. 보통 80~100km 정도로 달린다. 눈치봐서 적당히 흐름에 맞춰서 달리면 된다. 과속 카메라를 보지 못했다.

– 고속도로 통행료가 한국보다 4~5배나 비싼지라 시속 100km가 안되는 속도로 가는게 좀 짜증이 나더라. 하이패스 격인 ETC 카드로 정산하면 20% 가량 할인이 되지만 그래도 비싼 건 마찬가지. 고속도로 휴게소가 크기나 시설이 우리나라 졸음쉼터 수준이다. 화장실과 자판기 정도. 유동량이 많은 휴게소의 경우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있다.

– 유바리 근처 휴게소에서 사먹은 250엔짜리 멜론맛을 잊을 수 없네. 지금까지 우리가 먹던 멜론은 멜론이 아니었다능 ㅎㅎ

– 홋카이도 사람들 역시 (국내에 비해) 운전매너는 좋은 편이다. 단 한번도 클락션 소리를 듣지 못했고 신호위반 사례도 보지 못했다. 경차라 언덕길 가속에 한계가 있어서 뒷차가 추월할 수 있도록 비켜주면 100% 땡큐 사인을 보내주더라. 내 기억에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도 그랬던 것 같은데 … 쩝

5. 주차

– 여행자가 많지 않은 한적한 오지 중심으로 다녀서인지 여행 내내 주차 걱정은 없었다. 삿포로나 오비히로 시내에선 무인주차장이 많다. 요금은 시간당 200엔 정도다. 홋카이도 지역 편의점인 세이코마트는 대부분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고 화장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휴게소 대용으로 꽤 애용했다.

– 일본에선 본인이 투숙한 호텔이라도 주차비를 따로 내는게 보통인데, 아바시리에서 묵었던 도미인 호텔의 경우 600엔의 주차비를 받더라. 그래도 기계식 주차장이 아닌 자주식이라 편했다.

6. 반납

– 공항 인근의 장기 주차장에 마련된 영업소에 차량을 반납했다. 공항 근처 지정된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가득 채웠다는 증명 도장을 받아야 한다. 주유는 총 3번, 도합 7,500엔 정도 들었다. 기름값은 가솔린 레귤러를 기준으로 리터당 약 120엔 내외. 주행거리가 총 1,300km 였으니 실연비는 21km 정도다. 이정도면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비 생각하지 않고 편한대로 몬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치다.

– 주유하고 반납처 가면 간단히 차량 검사를 한다. 별 문제 없으면 확인증에 싸인하고 굿바이~ 끝이다. 송영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 된다.

7. 기타

– 경차 일색이던 오키나와와 달리 홋카이도에선 대형 SUV 등 비교적 큰 차가 자주 보였다. 특히 동부 목장지대를 가면 경트럭 외엔 거의 다 4WD 차량이더라.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지역 특성 때문인 듯.

– 10호 태풍이 홋카이도에 상륙했지만, 북동 해안선을 따라 도는 코스였던 터라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선 살짝 벗어나 달렸다. 운이 좋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직접적으로 위험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비히로로 돌아오니 도중/도남 지방은 피해가 꽤 심했더라.

– 서부 해안선을 따라 올라 왓카나이로 가는 오로론 해안도로의 풍광이 예술이다. 감히 인생드라이브 길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 동부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오호츠크 해안도로도 아기자기하다. 내륙 전망대로 들어갔다가 해안으로 다시 빠지는 코스가 여러 곳인데 오랜 운전의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는 코스다. 인적이 드무니 사람보다 동물(사슴, 곰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상이다.
홋카이도 도동지방 렌터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도움이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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