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Photographer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큐멘터리 사진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인 제임스 낙트웨이는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와 함께 현재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컴퓨터 업계로 비유하자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 중 한 사람이 방한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로버트 카파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의 후계자 중 가장 첫번째로 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종군 사진가 – 그가 바로 제임스 낙트웨이이다.

내가 제임스 낙트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후였다. 뉴욕에 살고 있는 그가 테러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 찍은 사진이 타임지에 실렸던 것.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9.11을 통해서였지만, 그의 사진은 이미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상태였다. 아마도 그의 사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은 90년대 중반 르완다 내전에서 상처입은(정확히는 고문당한) 소년을 찍은 바로 이 사진일 것이다.

정작 내가 사진가 제임스 낙트웨이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된 계기는 사진이 아닌 영화를 통해서였다. 우연한 기회에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된 ‘War Photographer‘라는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 제임스 낙트웨이는 스스로 주연과 촬영을 겸했다. 특히 그 형식이 매우 독특했는데, 낙트웨이가 쓰는 캐논 EOS-1v 카메라에 초소형 캠코더를 장착해 그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담아 한 편의 영화로 만든 것(유튜브 관련 동영상 클립). 영화를 보는 내내 신선한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정식 상영되지는 않았지만, 영화제 이후 한글 자막까지 만들어졌으니 다큐멘터리 애호가라면 꼭 찾아 보길 권한다. 아울러 오는 3월 19일까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보도사진 50주년 특별전에 그의 대표작 두 점이 출품되었다고 하니, 직접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진가 3명(로버트 카파, 데니 라이언, 듀안 마이클)에 이어 제임스 낙트웨이를 좋아한다. 그의 사진도 사진이지만, 다큐멘터리와 사진에 대한 진지한 접근 자세와 냉철한 시각, 그리고 학구적인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선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살가도의 사진이 다분히 사회적이고, 맥커리의 사진이 꽤나 시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낙트웨이의 사진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다. 그의 사진에서는 타협을 허락지 않은 차가운 시각과 그런 시각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이미지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한때나마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전문가의 모습을 바로 그가 지니고 있다는 것 – 그러한 사실이 내가 그와 그의 사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다.

강평: 최고야 강추!

3 Replies to “War Photographer”

  1. 저는 운이 좋아서 그 다큐멘터리를 출시되고 얼마되지 않아 볼 수 있었습니다. 멋지더군요.
    풍경에 절대로 개입하지 않고 철저하게 3자의 입장에 서있던 그를 표현하는데에 있어서 ‘냉철하다’ 고 하신 말씀이 정말 딱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풍경에 개입했던 래리 버로우즈를 더 좋아합니다. 그의 사진에서는 뭐랄까… 3자가 아닌 철저히 그 사건의 당사자같은 모습이 보이거든요. 물론 그런 행동때문에 전쟁터에서 생을 마감하긴 했지만 말이죠.

  2. H.Moon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저도 래리 버로우즈의 사진을 무척 좋아합니다. 사진집 Life at War에 실려 있는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전율이 느껴지곤 하지요. 하지만 그는 너무 일찍 갔습니다.

    저는 사진가가 당사자가 아닌한 배경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믿습니다. 배경이 바뀌길(개선되길) 원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사진가의 임무는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배경 스스로 혹은 외부의 영향에 의해 바뀌도록 돕는 것입니다. 소극적이지만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역할이죠.

    요즘에는 기술과 환경의 발달로 당사자가 직접 사진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넓어져 머지않아 보도 사진계도 변화의 바람이 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각이 지닌 객관성은 여전히 유효할 것 입니다.

    사진가가 직접 당사자, 혹은 당사자인 것 처럼 되어 배경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사진가는 본연의 임수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다 대부분입니다. 래리 버로우즈가 그랬고 로버트 카파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사진가들이 본연의 임무를 모두 완수하지 못하고 불행을 맞았구요.

    그래서 저는 래리 버로우즈의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진가로서는 래리보다 제임스를 더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총칼이 난무하는 현장에서도 그는 결코 망원 렌즈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충분히 가까이서 찍었기 때문이죠.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광각으로 촬영된 것) 그렇게 하고도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지옥 한가운데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진가입니다.

    역사는 죽은 자를 기억하지만, 저는 살아남은 이를 기억하고 존경하길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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