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스산한 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후, 회사 앞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리따운 꼬마 아가씨들이 내 앞을 서성인다. 빨간색 원피스를 똑같이 차려입은 쌍둥이다. 이럴 수가! 얼굴도 똑같고, 키도 똑같고, 옷과 신발도 똑같고, 모든 게 똑같다. ^^

너무 귀여워서(네댓살 정도 됐으려나)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뒤를 돌아보더니 “아빠~~ 빨리 와요~”라고 소리친다. 뒤돌아 보니 내 또래 아저씨가 두 돌을 갓 지났을 법한 또 다른 딸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온다. 셋째 딸인가 보다. 딸딸이 아빠도 아니고 딸딸딸이 아빠다. 이쯤 되니 빈정이 상한다. -_-;;;

그런데 … 딸딸딸이 아빠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연방 “아빠, 아빠, 아빠”를 외치는 세 아이 틈에서 허허허 빈웃음을 지으며 내 앞을 지나간다. 순간 삶의 무게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 … 따지고 보면 나와 별다르지 않을 터. 이 땅의 아빠들은 오늘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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