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D-WA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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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밝히면 … 이 영화 재미있다.

“다른 사람에게 권할 만 하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예스”라고 대답하련다. 관람료 5,000원(할인받아서)이 전혀 아깝지 않으니 그럼 된 거지. 아내 역시 무섭기도 하고 긴장감 넘치는 게 꽤 재미있었단다.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객의 한마디 평들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당장 눈에 밟히는 여러 가지 흠 때문에 진중권 교수를 비롯한 평단과 여러 블로거의 혹평도 이해는 가지만, 한국산 SFX 영화가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든 거다. 개인적으로 미국 흥행도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다. 심 감독보다 영화 제작 스태프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20자 평 : 두 마리 이무기의 여의주 쟁탈전 부라키가 불쌍해
강평: 그럭저럭 볼만해

객관적으로 ‘디-워’에 흠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흠 투성이다. 단순한 시나리오, 각박한 편집, 상투적인 연출, 발로 하는 연기 등등 흠을 잡자면 끝도 없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남녀 주연 배우의 어설픈 연기는 정말이지 실소를 자아낼 정도. 아울러 9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한 각박한 편집도 극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디-워’가 전형적인 장르 영화임을 고려할 때 대체로 봐줄 만한 수준이다. 단순한 시나리오와 허약한 이야기 구조는 SFX 영화가 의례 저지르는 전통(?)임을 감안할 때, 딱히 ‘디-워’만의 흠이라고 하기 어렵다. 기승전결을 포함한 극적 요소도 생각보다 허술하지 않다. 정통 SF 영화가 아닌 SFX에 기반을 둔 판타지 & 괴수 영화이기에 고증이나 과학적 합리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멋쩍다.

편곡된 아리랑 연주 부분도 그리 이질적이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 부분의 심형래 인생 스토리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심 감독이 아닌 코미디언 심형래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랄까 … 그런 선에서 눈감아줄 만 했고. ^^;

영화적 완성도가 낮다고 볼 수는 있어도 ‘긴장감’과 ‘볼거리’ 측면을 충실히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디-워’는 분명 재미있는 영화이다. 영화 마케팅과 심형래 감독이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영화 자체만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특히 한국적인 요소를 영화 전반에 녹여낸 부분, 이무기와 용의 모습을 CG로 세밀하게 구현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판타지 면에서, 날개 달린 도롱뇽 같이 생긴 서양의 악한 드래곤이 아니라, 뱀의 형상을 하고 긴 수염과 뿔이 달린 동양의(한국의) 선한 용(龍)이라는 캐릭터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특징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했으면 했지, 진 교수 말마따나 “안되는 건 안됩니다.” 라고 단정 지을 부분은 결코 아닌 듯싶다.

유사한 장르 영화와 비교했을 때, 돋보이는 점도 많다.
‘디 워’의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 대표가 “‘디 워’가 ‘고질라’보다 재미있다고 자신한다”라고 했다던데, 그 말에 동의한다. 긴장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고질라’와는 사뭇 다르다. ‘아나콘다’, ‘레인 오브 파이어’, ‘드래곤 하트’ 같은 영화보다도 훨씬 낫다. ‘쥐라기 공원’과 ‘반지의 제왕’, ‘킹 콩’ 같은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분명 밀리지만, B급 괴수 영화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보다 재미있게 봤다. 어차피 ‘트랜스포머’도 발로 쓴 시나리오에 남발되는 우연성, 한숨 나오는 연기는 마찬가지 아니었나! 말이다. CG 부분만 따지면 ‘트랜스포머’보다 ‘디-워’가 오히려 한 수 위일 듯.

< 역대 흥행 영화 순위 : 2007년 7월 기준 >

1위 2006 1301만 명 괴물
2위 2005 1230만 명 왕의 남자
3위 2004 1174만 명 태극기 휘날리며
4위 2003 1108만 명 실미도
5위 2001 813만 명 친구
6위 2005 800만 명 웰컴투 동막골
7위 2006 684만 명 타짜
8위 2006 661만 명 미녀는 괴로워
9위 2007 650만 명 트랜스포머
10위 1999 620만 명 쉬리
11위 2006 610만 명 투사부일체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디-워’의 흥행 속도를 감안할 때, 역대 흥행 영화와의 비교도 가능할 것 같다.

괴수 영화를 빙자한 정치풍자 & 휴머니즘 영화였던 ‘괴물’ 보다 ‘디-워’의 정직함과 순진함이 마음에 든다. 7,000원의 관람료가 좀 아까웠던 ‘왕의 남자’와 비해서도 만족도 자체는 더 높은 듯. 이노베이션 측면에서 ‘태극기’와 ‘쉬리’의 임펙트에 근접할 정도. ‘투사부일체’와 ‘실미도’ 같은 쓰레기에 비하면 ‘디-워’가 차라리 명작이다. ‘웰컴투 동막골’과 ‘타짜’보다는 영화적 완성도가 낮지만, 재미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미녀는 괴로워’ 못지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CG 난이도에서 ‘트랜스포머’보다 ‘디-워’가 분명히 앞선다.

이번 주말로 벌써 500만 관객에 도달했고, 8월이 가기 전에 1,0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적어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5위 안에 드는 거다. 괴수 영화는 괴수에 충실해야 한다. 적어도 ‘디-워’가 그런 자격은 갖췄다. 거기다 긴박감과 재미까지 더했으니 흥행이 될 수밖에.

써놓고 보니 호평이다. B급 SFX 영화에 애정을 버리지 못하는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작용했다.
영화를 볼 때도 ‘좀 엉성하긴 하지만 이거 대박인데!’라고 생각했고, 돌아와서 곰곰이 씹어봐도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99년) 기자 일을 할 때 심형래 감독 인터뷰를 한 번 한 적이 있는 걸 빼면, 파인애플氏는 심 감독이나 영구아트무비와 별 관계도 없다. 그러니 호평의 배경에 대해 의심은 마시길. ^^

디-워(D-WAR, 2007)”에 대한 2개의 생각

  1. yoonoca

    개인적으로는 초반 군중 CG 신 때, 반지의 제왕이다..하고 웃었다가 CG 중간중간 나오는 은색 갑옷을 입은 실사 인물들을 보고 ‘우뢰매’ 생각이 나더군요..

    과거 피터잭슨 감독도 ‘Bad Taste(고무인간의 최후)’ 같은 말도 안되는 B급 영화를 만들었던 전적을 생각한다면, 디-워는 오히려 합격점을 더 줄만 하다 싶습니다.

    다소 어이없음과 뭔가 삐걱거림에서 유쾌한’피식’을 즐기는 제 악독한 영화관람 취미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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