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그 예고없는 결별

복날이라 식구들 모두 외식 차 인근 식당가로 향하는 길. 그 길을 따르다 보면 식당가 어귀에 작은 사진관이 하나 있는데, 파인애플氏의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곳이다. 15년 전, 이곳에 아파트 촌이 들어설 때부터 있었느니 이 근처 사진관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곳이다.

그런데 익숙하던 사진관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굳게 닫힌 셔터문과 떼어진 간판 자리에 쌓인 먼지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 두어 달 전에 그 사진관에서 여권 사진을 찍은 아내 말로는 ‘장사가 안돼서 곧 폐업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동네 중소상권에 관심이 많으신 통장 출신의 어머님께서 제일 먼저 아쉬워하신다.

하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사진관 영업이 쉽지 않았으리라. 나 만해도 2003년 이후로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뽑아 쓴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 어쩌다 필름을 써도 대형 할인점에 딸린 DPE점에서 현상만 의뢰할 뿐, 집에서 필름 스캐너로 작업을 하고 인터넷으로 뽑았으니까.

변화가 닥쳐도 … 그 변화를 감지하고 나름대로 대처를 해도 불가항력인 게 있다. 작은 변화마저 그럴진 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변혁의 경우엔 오죽하랴. 동네 사진관의 폐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가장 첨병의 위치에 사진이 섰을 때 이미 예견된 변혁이었다.

비단 동네 사진관뿐만이 아닐 것이다. 점점 더 아날로그는 사라지고 디지털은 확산될 것이며, 그에 따라 산업의 성격도 달라지고 사람들도 바뀔 것이다. 그 쉼 없는 변혁의 파도가 여기 작고 조용한 수도권 변두리 마을에 까지 밀려 왔다. 앞으로 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익숙하던 것과의 예고없는 결별. 디지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낯설음이 못내 아쉽다.

변혁, 그 예고없는 결별”에 대한 3개의 생각

  1. yoonoca

    그 변혁 때문에, 가끔은 어디다가 발을 뻗고 누워야 될 지 모를 때가 종종 있더군요.

    소위 Vintage라는 것을 깔아뭉개고, 자꾸 새로운 것으로만 채워 나가야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ㅡ.,ㅡ

    뭐…자꾸 새로운 걸 바라는 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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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인아빠

    사진관 만은 아닐 것 임을 잘 알기 때문에 가끔 어디까지 갈까? 하고 고개를 삐쭉 내밀어 봅니다만 그보다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솔직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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