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종로 세운상가

듣자하니, 종로 세운상가를 내년부터는 볼 수 없게 된다는 소식이다.
김수정 화백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종로 ㅅ상가’로 잠시 언급된 적도 있었고, 맘만 먹으면 미사일까지도 만들어 낸다는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요람이자 메카였던 곳. 개인적으로도 80년대 학창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 바로 세운상가다.

아마 내 또래 서울에서 이과를 지망한 학생이라면 세운상가를 제 집 드나들다시피 한 기억이 한 두 번쯤은 있을 터.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큼 비좁은 3~4층 상가 골목을 지나면서 오늘은 뭐가 나왔나? 어떤 게 재미있을까? 두리번거리던 시절. 중학생 때 아버님께서 사다주신 세운상가표 애플][ 컴퓨터와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까만 망사 보안경이 달린 12인치 그린 모니터, 500원을 주면 복사해주던 게임 디스켓, 그리고 8핀 도트 프린터. 그게 까까머리 중학생 파인애플氏의 꿈이자 삶이었다. ^^;

전자상가가 용산으로 이전한 뒤로 세운상가의 출입도 드물어졌다. 어쩌다 난방용품이나 전기용품을 구입하고자 1년에 한두 번쯤 들리다가 2000년 이후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서 그나마 가지 않게 됐다. 2004년 즈음 회사가 종로에 자리잡고 있던 탓에 이따금 멀티탭이나 마우스 패드 등을 구입하려고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원하는 물건이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린 적이 더 많았다.

재개발이 길거리 전단지만큼이나 흔하게 이뤄지는 이 서울땅에서 낡은 상가 하나 허무는 게 무슨 대수겠느냐마는, 세운상가만은 다른 상가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익숙한 단어 하나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단어에 얽힌 내 어린 시절의 추억마저 덩달아 사라지는 듯하여 내심 편치가 않다.

굿바이~ 종로 세운상가”에 대한 2개의 생각

  1. 가즈랑

    파인애플님 ‘세운상가 키드’셨군요. 저는 지방에 살아서 서울 사는 사람이 참 부러웠는데 그 이유중에 하나가 이 세운상가도 들어있었죠.^ ^; 별천지라는 그곳..

    응답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