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봉춘(MBC)판 ‘하얀거탑’

하얀거탑 – 사실 이런 류의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의 질적 향상의 신호탄인지, 한국 시청자의 욕구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는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드라마 자체는 공들인 티가 난다. 2003년 후지 TV에서 방영된 [白い巨塔]을 아주 재미있게 본 터라 내심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와 달리 잘 만들었다(만들고 있다). 빠른 전개와 등장 인물 간의 갈등 구조는 원작과 거의 흡사한 듯. 그러나 캐릭터 부분은 2003년 판 드라마와 차이를 두고 있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를 지닌 인물을 캐스팅함으로 해서 원작 드라마를 본 시청자에게도 독특한 흥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두 주인공 – 외과 부교수와 내과 부교수 역을 김명민과 이선균이 하고 있는데, 두 배우가 어떻게 각자의 역할을 연기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원작에서는 외과 부교수 역을 맡은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악마적 카리스마를 풍기며 극의 진행을 주도한 반면, 김명민은 그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선과 악이 양립하는 성취지향적인 인간의 심적 갈등이라든가 … 뭐 그런 거 말이다. 원작에서 내과 부교수 역을 맡은 에구치 요스케가 단편적인 인물을 연기하였지만 이선균은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원래 에구치 요스케의 연기 스타일(답답한 연기)을 싫어하는지라 더욱 이선균에게 기대가 간다.

외과 과장을 연기하는 이정길의 경우 정말 딱인 듯. ^^ 의외의 캐스팅이 바로 부원장 역을 맡은 김창완 – 처음에는 갸우뚱했는데 이 양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지라 회를 거듭할 수록 시청자의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외부 영입 과장 후보인 차인표의 경우 아직 등장하지 않아서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원작에서의 어정쩡한 배역과 달리 꽤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강한 캐릭터가 될 듯.

아직 2회 밖에 진행하지 않았으니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여배우 캐스팅은 실패라고 본다. 클럽 마담 역의 김보경은 확실히 약하다. 의대를 중퇴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마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곱고 얌전하다. 원작에서 쿠로키 히토미가 보여준 농염한 요부 역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나마 외과 부교수(김명민 분) 아내 역을 맡은 임성언은 젊고 백치미를 풍긴다는 점에서 대충 들어맞는 듯.

뭐니 뭐니해도 최악의 캐스팅은 송선미! 연기도 연기지만(얼핏 보면 잘하는 듯 하지만, 실상 연기의 폭이 매우 좁다) 캐릭터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원작의 캐릭터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는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 예쁘장하고 의존적인 성격을 묘사하기엔 송선미의 선이 굵다. 결정적으로 역할에 비해 덩치가 너무 크다. -.,-

그 외 배경 음악이 따로 논다는 점, 배우들의 나이대가 지나치게 젊다는 점 등의 단점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는 꽤 훌륭한 편이다. 원작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아무래도 두 작품을 비교하는 일이 잦을 텐데, 리메이크는 리메이크 나름의 맛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아니될 터. 어쨌든 오랜만에 대작이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덕분에 2007년 1분기 주말 밤은 심심하지 않겠다.

강평: 최고야 강추!

마봉춘(MBC)판 ‘하얀거탑’”에 대한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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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티비 원본을 봐야할지 그냥 MBC 리메이크판을 봐야할 지 고민입니다. 그레이스 아나토미 이후로 의학 드라마는 좀 자제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수술실 출입을 자주 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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