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마비카(Mavica)를 아십니까?

FD-83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소니 마비카(Mavica)라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다.
초기 디지털 카메라 세대를 구분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마비카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가 1975년 코닥의 엔지니어 Steve J. Sasson이 실험적으로 만든 KODAK PROTOTYPE CCD DIGITAL CAMERA라면, 1981년 소니에서 발표한 MAVICA ELECTRONIC CAMERA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디지털 카메라로 불린다. 사실 얼마 전 Steve J. Sasson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MAVICA ELECTRONIC CAMERA가 세계 최초로 인정받았다.

마비카의 가장 큰 기계적 특징은 플로피 디스켓(FDD)을 메모리로 사용한다는 것 –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좀 황당한 방식이다. 그러나 2000년 무렵까지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매우 고가였던 것을 생각하면 80~90년대 등장한 마비카가 플로피 디스켓을 메모리로 채택했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100만 화소 이하급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사진 파일의 용량이 작고 시리얼 케이블을 이용한 전송 방식이 일반적이었기에, 저렴한 가격에 메모리 증설이 가능하며 간편하게 PC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플로피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국내와는 달리 일찌감치 디지털 카메라의 시판이 이뤄진 일본과 미국에서 마비카는 항상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다. 한 때, 마브-매거진(http://www.mav-magazine.com)이라는 마비카 전문 온라인 잡지까지 등장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물론 지금은 사라졌다) 마비카였지만 …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2000년 이후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급락하고 FDD의 종말, USB 인터페이스의 보급, 디지털 카메라의 소형화 바람이 불자 20년가량 독보적인 명성을 이어오던 마비카의 위세도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소니는 플로피 디스켓 대신 미니-CD형(즉, CD-R 드라이브를 내장한 디카 – 이게 더 엽기적인지도 -.,-) 마비카를 내놓는 등 나름대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보이긴 했지만, 결국 변화를 쫒아가지 못했고 마비카의 역사도 그 막을 내렸다.

나도 1999년 12월 26일, 85만 화소급 마비카 FD-83을 소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100만원보다 조금 모자라는 가격(배터리 등 추가 액세서리 포함)에 구입한 경험이 있다. 요즘으로 치면 중급 DSLR 풀-세트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지만 당시에는 마비카 FD-83이 그나마 저렴한 제품에 속했다. 내 돈을 들여 구입한 최초의 개인용 디지털 카메라였기에 정말 애지중지 썼던 기억이 난다.

#1 영문 리뷰(Link), #2 한글 리뷰(PDF)

이제는 단종된 지 한참 됐고 중고 장터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추억의 기종이 되어버렸지만, 내게는 필름과 디지털 사이의 틈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 준 디지털 카메라였다. 이젠 접속조차 되지 않는 마브-매거진 사이트를 보며 새삼 옛 생각이 나 블로깅을 해본다. 따지고 보면 불과 몇 년 전 얘긴데 말이다. “IT의 속도는 시간의 속도를 추월한다“는 말(내가 만든 말이다 ^^)이 새삼 와 닿는다.

소니 마비카(Mavica)를 아십니까?”에 대한 2개의 생각

  1. Kunggom

    저도 마비카를 기억합니다. 학원 가는 길에 소니 대리점이 있었는데, 심심하면 거기에 놓여 있던 광고물을 들고 와서 보곤 했습니다. 거기서 그 카메라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 시절에는 디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디카의 성능이 상당히 딸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디카의 보급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다니고 있던 컴퓨터학원의 원장님은 “앞으로는 스캐너보다 디지털 카메라가 더 인기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때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의 말이 맞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3~4년 정도 지나자 디카 열풍이 불더군요. 화질도 굉장히 좋아졌고요. 제가 얼마 전에 구입한 Sony DSC-10은 700만 화소급인데도 30만원 선입니다. 거기서 10만원에서 20만원만 더 주면 1000만 화소급 카메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그에 맞추어 기가급 메모리도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100만원을 주고 100만 화소급 카메라에 1.44MB짜리 플로피 디스켓을 넣어 사용하던 시절과는 천지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변화인데, 이 정도의 변화를 가져온 시간이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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