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온라인 쇼핑몰의 폐쇄

PC 그래픽 카드를 업그레이드해 볼까 해서 예전에 자주 드나들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더니 사이트가 좀 이상하게 변했다. 막아 놓았던 팝업창을 열어 보니 다음과 같은 사이트 폐쇄 공고가 뜨더라.

    “지금 이대로 나아가서는 비젼과 발전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저희 싸이트를 당분간 패쇄하게 되었습니다. 용산시장이 워낙 않좋은 상태에서 저희까지 피해를 보게 되었고, 적자와 더불어 가격경쟁이 너무 치혈하거니와, 세무적으로 저희를 힘들게 하여, 이번 계기로 싸이트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컴알지요를 이용해주신 고객님께 다시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맞춤법도 군데군데 틀리고 문법도 엉성한 공고긴 하지만, 어쨌든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컴알지요(comrgyo.co.kr)라는 이 쇼핑몰은 아는 사람들은 아는(^^;) 나름대로 꽤 알려진 인기 쇼핑몰이었다. 현금 거래 전용몰이라 카드를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용산 최저가를 지향하는 곳이라 부품값이 꽤 저렴했다. 오프라인보다는 확실히 싸고 다나와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를 봐도 최저가몰로 자주 올라오는 곳이었다. PC 부품의 경우 카드가와 현금가의 차이가 꽤 큰 관계로 카드의 여러가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부품은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이 더 이익인 경우가 많다(적어도 과거엔 그랬다).

그런 이곳이 문을 닫게 됐다. 용산 기반의 전통적인 PC 유통 시장이 몰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은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 간지 오래다. 나만 해도 최근 몇 년 동안 오프라인으로 부품을 거래해 본적이 거의 없다. 몇천 원 비싸더라도 아이코다나 컴퓨존 같은 신용 있는 대형몰에서 카드 거래를 하는 것이 보통이고, 소액 현금 거래도 옥션이나 G마켓 같은 곳을 이용한다. 이런 곳은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이 유통 판매의 계층 구분을 없애고 무한 경쟁 체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분명 소비자로서는 과거보다 더 편하고 저렴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으로 발품을 파는 것 자체가 재미였지만, 나이가 드니 시간 내기도 힘들뿐더러 발품 자체가 시간 낭비요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가끔은 종로의 세운상가와 용산의 전자상가를 헤집고 다니던 그때의 낭만아닌 낭만(?)이 그립기도 하다. 상가 입구마다 잔뜩 쌓아 놓은 각종 부품들, 호객 행위에 시끌벅적 이던 상가 골목, 1~2천 원 깎기 위해 입씨름하는 손님들의 모습. 물론 그때의 기억이 모두 유쾌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던 시절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에는 그래픽 카드도 살 겸 용산으로 나가봐야겠다. 선인상가에 안 가본지도 2년이 넘은 것 같다. 예전의 몇몇 단골 가게들이 그대로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기대와는 다르겠지만 …

어느 온라인 쇼핑몰의 폐쇄”에 대한 4개의 생각

  1. isis

    으흠. 혹시나 해서 단골집 홈피 가보려 했더니 홈피가 날라갔길래 지식인에 물어보니.. 부도 났다는..

    한때 매장 쭉쭉 확장하고 꽤 잘나가던 곳인데 -.-
    실감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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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현아빠

    컴 알지요란 곳을 처음 알았습니다. ^^;;;
    쓰신 내용이 정말 공감이 갑니다.
    세운상가 용산전자상가뿐이 아니라….낙원상가까지도 마찬가집니다.
    새로운 세상은 어느새 이만큼 와있군요…
    언능 적응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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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oonoca

    지방 오프라인점은 용산에, 용산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잠식당해가는 것 같군요.

    어저께, 잠시 고향인 부산에 내려 왔다가 오프라인으로 MP3P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물론 현금으로요^^ 온라인 쇼핑몰이나 옥션등지에 공지된 가격의 반을 주고 산 것도 기쁘긴 했습니다만,

    무엇보다 매장과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기종들을 실제로 보고 가격흥정을 할 수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나더군요. 무작정 지방 오프라인지점은 비싸다고 생각한 저의 개념을 깨뜨려주었습니다.

    같은 모델을 용산에서 현금박치기(?)하면 더 쌀지도 모르겠죠. 근데 이제는 이렇게 힘들여 돌아다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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