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냉혈 동화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봤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고 싶었지만, 우석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선택의 기회가 없을 수밖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만 해도 더빙이 아닌 자막 영화인데다가 다소 엽기적(?)인 팀 버튼 감독의 영화인지라 이제 만 4살이 되는 우석이의 눈높이에 맞을지 좀 걱정이 됐다. 극장 안에서 떠들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겠노라 약속을 한 탓에 관람 분위기를 해칠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내심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우석이에게는 극장 구경(영화 구경 ^^)이 처음이다. 어쨌든 한쪽 손으로는 팝콘 봉지를, 다른 손으로 우석이의 손을 붙잡고서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1시간 남짓 후, 극장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아직 무리였다’라는 것. 다행히 약속처럼 얌전히 영화를 봐준 우석이였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설정과 자막이라는 환경, 그리고 꽝꽝~ 울리는 강한 사운드에 좀체 적응이 되는 않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종반부 들어서는 졸기 시작. (이봐~ 일어나라구! T.T) 엔딩 자막이 올라가서야 부시시 잠에서 깼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물어보니 별로 재미없었단다. 쩝 …

강평: 별로 재미없음

팀 버튼 영화 중 재미있게 본 것은 사실 ‘크리스마스의 악몽’뿐이었다. ‘가위손’도 청순미 넘치는 위노나 라이더 보는 재미였고, ‘배트맨’도 좀 어수선했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역시 마음에 들리가 없지. 원작 동화는 어떻게 묘사했는지 모르겠지만, 도처에 풍기는 웡카의 잔혹성과 엽기성이 꽤 눈에 거슬렸다. 아이를 위한 교훈적인 동화는 결코 아니다. 잔인한 장면을 애써 감추었기에 잔혹 동화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어른들을 위한 냉혈 동화’라고 하면 맞으려나?

거대한 공장에서 수백만 개의 초콜릿이 한꺼번에 찍혀져 나오는 장면에선 전형적인 대량 생산 중심의 근대 산업자본주의적 형태가, 초콜릿 제조 비법이 유출된 사건을 빌미로 전 직원을 무단 해고시킨다거나 정글 오지의 난쟁이족을 복제해(?) 부려 먹는다거나 기계 대신 다람쥐를 훈련시켜 호두를 까게 하는 장면에선 오만하고 의심 많은 자본가의 이기심과 착취 행태가, 무고한 아이들을 초대해 이유없이 학대하는 장면에선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아이로 남은 사이코 웡카 사장의 질투심과 잔혹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라고 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FONAC님 말대로 ‘버릇없는 호래 아동들을 공장으로 유인해다가 다양한 부비트랩을 동원, 하나하나 단죄해 나가는 무개념 초딩 완전 박멸기(記)’라는 게 정답인 것 같다. 괜히 동심 운운하면서 애써 재미있었다고 위안할 필요는 없다. 팀 버튼의 엽기성도 어른에게나 신선한 거지 아이들의 눈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이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 차라리 전래 동화 한 구절이라도 더 읽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_-

p.s 1>
생각해 보니 우석이가 애쓴 것 같아. 별로 관심도 없었건만, 아빠 스스로 들떠서 극장에 데려 가놓고 재미도 없는 영화 억지로 보느라 힘들었겠어. 영활 보고 나와서 저녁을 먹는 동안 내 눈치를 보며 애써 맞장구를 쳐주는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니 … 정작 철이 덜 든건 내가 아닌지. -.,-

p.s 2>
글쎄 …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 어른들끼리 봤다면 그저 ‘기대에 조금 못미치는 영화’ 정도로 끝났을지도 모르겠어. 아이와 함께 보다 보니 도덕적 기준이 거의 ‘YMCA 아줌마’ 수준에 다다르게 된건지도.

p.s 3>
사이코 웡카 사장 역을 맡은 ‘조니 뎁’ … 내가 보기엔 2% 부족하던걸. FONAC님 말마따나 스티브 부세미나 크리스토퍼 월켄이 더 적격이었을 것 같아. 물론 그랬더라면 19금 영화가 됐겠지만 말야.

어른들을 위한 냉혈 동화 –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대한 3개의 생각

  1. 김중태

    올해 제가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로는 인크레더블, 스타워즈3 등이 있는데 자막으로 봐도 신기한 장명과 화려한 로봇, 전투장면이 멋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저는 아이들 영화를 고를 때 화면이 박진감 있는 블록버스터나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영상이 선명하게 남을 영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같은 것도 함께 보곤 하는데, 맘모스나 오크, 드래곤을 영화로 봐서인지 나중에 비슷한 것만 보면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네요.
    더빙이 된 펭귄은 재미는 없지만 영상 때문에 선택했는데, 졸 정도는 아니라 괜찮았고요.^^;
    집사람이 선택한 왕후 심청은 제가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본 뒤에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아이들 눈에도 동화스럽거나 교육적인 내용보다는 스타워즈처럼 화려한 영화가 재미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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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dmin

    김중태 /
    말씀하신대로, 이미 각종 영상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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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현아빠

    저는 오늘…봤습니다.
    팀 버튼의 영화와 코드가 맞는 저는 참 재밌게 봤습니다..^^
    갈수록 내용이 무섭더군요.
    결국 미국 특유의 가족 중심의 결말을 맞기는 하지만 …
    맞는 말이니 뭐…할수 없구요,
    조니뎁의 연기가 정말 유치할 뻔한 영화를 멋진 동화로 승화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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